성인 문해교육 20년의 발자취, 그리고 AI 시대 새로운 길목에서 : 청주오스코 문해교육 정책전시회를 다녀와서

성인 문해교육 20년의 발자취, 그리고 AI 시대 새로운 길목에서 : 청주오스코 문해교육 정책전시회를 다녀와서

안녕하세요. 현장에서 늘 학습자분들과 울고 웃으며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문해교육 교사입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주최로 청주오스코(OSCO) 컨벤션센터에서 아주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문해교육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제1회 대한민국 문해교육 정책전시회'가 개최된 것입니다.

전통적인 읽기·쓰기 중심의 문해교육을 넘어, AI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 이번 행사무대에서, 저에게는 무엇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특별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강의하고 있는 문해학교 학습자 중 한 분께서 진솔한 시 [불량 발가락]이라는 글로 당당히 상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1. 한글을 넘어 AI와 디지털로 : 지난 20년의 눈부신 성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인 문해교육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께 '내 이름 쓰기'와 '까막눈 탈출'이라는 기초적인 읽기·쓰기 중심이었다면, 지난 20년 동안 이 사업은 수많은 저문해 성인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번 청주오스코 전시회에서는 그간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함께 이뤄낸 20년의 성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단순히 글자를 깨우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우리 사회의 필수 역량이 된 디지털·금융·AI 문해교육까지 영역이 확장된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리고, 스마트폰 금융 앱을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 일상생활에서 소외되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체험 프로그램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2. "나의 발가락은 불량 발가락이다" : 장명윤 님의 시가 건네는 깊은 울림

전시회장을 둘러보며 미래의 문해교육 방향을 고민하던 제 머릿속에는 온통 이번에 수상하신 장명윤 학습자님의 시 [불량 발가락]이 가득했습니다. 그 가슴 먹먹한 시의 원문을 여기에 살짝 옮겨봅니다.

고단한 삶의 세월 속에서 묵묵히 일하며 훈장처럼 얻은 아픈 발가락을 '불량 발가락'이라 표현한 그 대목에서, 서투른 펜 끝으로 꾹꾹 눌러 담은 인생의 깊은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이 넘는 길을 오가며, 까망눈과 까망머리를 깨우기 위해 4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교실을 지킨 그 발걸음은 그 어떤 위대한 학자의 발걸음보다 무겁고도 아름답습니다.

새로 산 운동화가 자신에게 "발가락은 내가 돌봐줄 테니 공부만 열심히 하세요"라고 속삭였다는 상상력 속에는, 배움을 향한 간절함과 스스로를 다독이는 따뜻한 위로가 녹아 있습니다. 닳아 없어진 운동화 바닥처럼, 학습자님의 4년 세월은 가장 빛나는 배움의 역사였습니다.

3. AI 시대, 문해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이번 청주오스코 문해교육 정책전시회는 지난 20년의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우리가 누구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손을 잡고 걸어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발전하고 세상이 인공지능 중심으로 바뀐다 할지라도, 문해교육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소통'에 있습니다. 장명윤 님처럼 늦은 나이에도 배움의 포기를 모르는 학습자들에게 디지털과 AI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라, 세상과 더 넓게 연결되는 또 하나의 창문이 되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펜과 공책의 온기를 간직하면서도,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학습자들이 당당한 사회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그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와 문해교육 교사들이 함께 지켜나갈 방향일 것입니다.

맺음말 : 세상의 모든 '불량 발가락'을 응원하며

청주오스코에서 만난 20년의 문해교육 역사, 그리고 장명윤 학습자님의 [불량 발가락]이 품은 진심 어린 시어(詩語)는 제게 교사로서의 초심을 다시금 단단히 붙잡아 주었습니다.

오늘도 늦은 밤 눈을 비비며 배움의 길을 나서는 모든 학습자분들의 손을 살포시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닳아버린 운동화와 함께 묵묵히 아름다운 삶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계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혹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이웃님들 중에서도 주변에 늦은 배움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있다면, 따뜻한 응원의 한마디 건네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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